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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1회-학대 받는 아이와 아동 유괴, 극단에서 사랑을 이야기 하다

일드리뷰/머더 Mother

by 조각창 2010. 4. 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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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드라마들이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기 시작하며 일본 드라마들도 살아남기 위한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다양한 드라마들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어떤 드라마를 선택하느냐는 중요한 일이 되었네요.

1회-아동 학대에서 탈출, 철새가 된 두 사람 児童虐待からの脱出, 渡り鳥になった二人

스즈하라 나오 - 마츠유키 야스코
미치키 레이나 - 아시다 마나
후지유지 슌스케 - 야마모토 코지
스즈하라 메이 - 사카와 와카나
스즈하라 카호 - 쿠라시나 카나
미치키 히토미 - 오노 마치코


드라마 초보인 영웅재중이 나오는 드라마는 다른 유명 배우보다는 그이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는 없지요. 기무라 타쿠야, 아베 히로시등 국내에도 열성적인 팬들을 거느린 쟁쟁한 배우들의 신작들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걸출한 남자 배우들의 대결 속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은 다름 아닌 <마더 Mother>였습니다. 버림받은 여성과 폭행당하는 아이가 함께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의외의 시사성과 재미를 함께 가지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부재한 세상

철새를 연구하는 주인공 나오는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하지 못한 채 임시로 초등학교 교사 일을 맡습니다. 어린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그녀에게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지요. 더욱 너무 감성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선생님으로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오리가 죽었다며 반 아이들에게 <천국에 있는 오리에게>라는 주제로 편지를 쓰게 했으면 좋겠다는 선생님과 어쩔 수 없이 편지쓰기를 강요하는 나오. 유독 한 아이만 아무런 글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왜 이런 편지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레이나는 오리가 읽지도 못하는데 왜 써야 하느냐며 반문합니다.

죽었으니 못 읽고 글을 배우지 못한 오리이니 글을 못 읽는 건 당연하거 아니냐는 레이나의 말은 당연했습니다. 천국이 있냐는 질문과 천국은 땅 속을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묻는 레이나에게 거칠게 대하는 나오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교무실에서 선생님들 역시 레이나를 이상한 아이로 생각하고 있었죠. 아버지가 없어서 그런지 독특한 발상을 한다는 아이. 그 아이의 말처럼 눈물을 자극하며 쓴 아이의 편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가식적일 수밖에는 없었죠. 레이나가 말한 것처럼 어디에도 쓸데없는 편지는 그저 형식적인 감상만 유도할 뿐이었으니 말이죠.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는 레이나는 나오에게 모자를 선물 받습니다.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는 레이나가 왜 그러는지 의아했지만 집에 돌아와 뒷머리에 동전만한 탈모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레이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새로운 남자가 생기며 레이나의 삶은 혼란스럽고 힘겹기만 하지요. 집안에서 게임만 하는 남자와 자신을 짐처럼 생각하는 엄마. 그리고 폭력과 희롱을 하는 남자에게 시달리는 레이나는 힘들기만 합니다.

늦은 밤 자신이 좋아하는 스즈를 데리고 우체통을 바라보는 아이 레이나.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은 나오는 함께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만 적어 놓은 노트를 가지고 다니는 아이. 마냥 선생님이 좋다는 아이. 그런 낯선 아이가 힘겨운 나오는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집에서 온 동생 청첩장에 가지 못한다는 편지를 보내는 나오는 오랜 시간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습니다. 어머니와 통화도 거절할 정도로 그녀는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꺼려합니다. 그렇게 그녀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아픔과 고통이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레이나. 항상 웃기만 하던 그 아이의 옷에 숨겨진 몸에는 상처투성이였습니다. 싫어하는 것은 잊어버리고 좋아하는 것만 의식적으로 기억하려는 그 아이는 아동폭력에 심각하게 노출된 상태였습니다. 

엄마가 자신의 남자친구와 단둘이 지내고 싶을 때 아이에게 500엔을 주고 밖으로 내보내곤 했습니다. 조금씩 자신의 물건들을 버리는 상황에서 레이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힘들고 고통스럽기까지 합니다.

영양실조에 학교를 나오지 못하는 일도 잦아지며 레이나의 집을 찾아가보지만 변명만 하는 그 아이의 엄마는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두고 버리라고 이야기하는 엄마의 남자친구. 그런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레이나는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었지요.

인간에 대한 정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던 나오와 정에 굶주린 레이나.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게 됩니다. 원하지도 않았던 초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대학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그녀는 자신의 집에 놓고 간 레이나의 행복 노트를 전해주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다 쓰레기봉투에 묶여 버려진 레이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둘 만의 삶을 향해 나아갑니다. 엄마가 있으면서도 엄마 역할을 하지 못하고 포기한 레이나의 엄마를 대신해 엄마가 되고 싶은 나오는 아이에게 자신은 이제부터 너를 납치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엄마가 되어 줄 거라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의 우체통이 있다는 삿포로 시에 가고 싶다는 레이나에게 기차 안에서 그녀는 새로운 이름인 츠구미(개똥지빠귀)라고 지어줍니다. 철새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나오가 지어준 이름을 받아들이는 레이나는 이제 츠구미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

입양된 아이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엄마를 싫어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느끼는 트라우마는 크기만 합니다. 따뜻한 가정도 타인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한 그녀는 자신과 너무 닮은 레이나에게 처음으로 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고 새로운 가족이 된 그녀들의 모습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지요.

자신의 딸을 농락하는 모습을 보고 남자를 탓하는 게 아니라 당하는 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엄마. 그녀는 어린 딸에게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고 맙니다. 자신의 남자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한 엄마는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려버리는 만행을 저지르지요.

스스로 나오지 못하는 아이는 별이 그려진 전등을 켠 채 누군가가 구해주기만을 기다린 채 죽은 듯이 버려져 있어야만 했습니다. 도저히 인간이 그럴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드는 설정이지만 아동폭력의 심각성을 효과적으로 잘 살린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첫 회가 방송되었지만 상당한 울림으로 다가온 작품이었습니다. 제목처럼 '엄마'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존재로 인해 어떤 삶을 살아가야 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던지는 이 작품은 의외로 다양한 의미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버림받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이라며 작은 아이를 꼬옥 껴안아 주는 나오는 어쩌면 상처 입은 자신을 안아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엄마의 부재가 주는 상처를 함께 느끼고 살아왔던 나오와 레이나의 삶이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행복할 수는 없겠지요.

눈발이 날리는 황량한 바닷가에서 철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나오와 레이나의 모습과 불러보고 싶어도 쉽게 부를 수 없는 엄마라는 말을 뜨거운 눈물과 함께 내뱉는 레이나의 모습은 감동이었어요.

주간지 기자가 중요하게 등장하고 현실적으로 함께 살아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조건 속에서 그녀들이 꿈꾸는 삶이 어떻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소외당한 이들이 꿈꾸는 삶. 그들이 그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너무나 귀여우면서도 탁월한 연기를 선보인 아시다 마나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드라마입니다.

"회전의자, 구부러진 골목길, 목욕탕에서 나는 소리, 고양이랑 눈이 맞았을 때, 스즈가 해바라기 씨 먹을 때, 눈 밟는 소리, 저녁 하늘의 구름, 크림 소다...."

자신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주문처럼 노트에 적어놓았던 레이나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슴 짠하게 다가옵니다.